본문 바로가기
정보/ETC

어느 일본인의 편지

by 키운씨 2015. 3. 28.



일본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1년(2006년)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자신이 혐한은 아니라는 일본인과 한일관계에 대한 대화를 하며 힘겨웠던 부분을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 <커뮤니티 링크>

그리고 10년이나 지난 2015년도인 지금에도 그런 일본인을 다시 만나면 뭐라 해줄 말이 없다.

그냥 조용히 그 일본인과 연락을 끊을뿐...

내가 한일관계에 대해 지독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일 뿐이라면 그게 정답이다.


다음은 내가 올린 글만 발췌해 왔다.

해당 커뮤니티에서의 최종 결론을 알고 싶다면 커뮤니티 링크의 쓰레드를 읽어보면 된다.


저는 이제 일본에서 1년정도 근무하고 있는 프로그래머입니다.

아직도 일본어가 서툽니다. 그래서 저에겐 일본어 연습을 하게 해줄 일본인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고 몇번 여행을 했으며 한국에서 일을 하기 위해 어학연수까지 마치고 돌아온 어느 
40대의 일본인 독신남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지난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한국사람의 반일감정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만날때마다 자신이 겪었던 한국의 문화와 지역을 이야기하였고 자신이 독립기념관까지 다녀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땐 음 그렇군... 정도로 여겼지만)

어느날 그 일본인으로부터 이메일로 한국의 반일감정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보통의 한국인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그 보통의 한국인으로 
생각 되었나 봅니다)

이후의 내용은 솔직히 더 이야기 할 필요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그 메일 이전부터 받아왔던 몇통의 메일속에서 그는 한국에 대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기에 최
후의 그러한 질문 자체가 저를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반응은 지극히 일본인다운 반응이었는지가 궁금하군요.

사실 이렇게 시간이 지난 후 그가 저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메일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비록 일본인의 시각이
어서 인정하기는 싫지만 우리나라에 대해 어느 부분에서는 상당히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사람이 일본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람이었다면 그의 비판에 대해서 어느정도 동의를 해가며 서
로간의 견해를 좁혀갈 수 있었을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그의 태도와 말투 그리고 사상은 더이상 대화하기가 
불쾌할 정도였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지금 한국의 정부와 언론은 논리성도 부족하고 과장된 말들로 국민들의 반일 감
정을 부추기고 있고 게다가 현재도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로 일관해 옴으로써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더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한국정부의 태도가 올바르다고 망신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무지함도 걱정해 주었습니다. 

역시나 타케시마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타케시마가 현재까지도 확실히 어느 나라의 영토다 라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인데 한국정부나 한국언론은 
역시 그 부분에 있어서도 국민들을 쇄뇌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머 x신도 아니구...)

상당히 곤욕스럽더군요.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도 모르겠거니와 더이상 이야기하기도 싫어지는 그
런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을 떠나서 친분관계를 쌓으려는 시점에서 그런류의 논제를 꺼낸것부터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비난은 상당히 비꼬아져서 표현되었더군요.

게다가 그는 자신의 주장을 비난이 아닌 비판이라고 하면서 한국인은 비판을 받으면 혐한으로 생각하여 교
제를 끊으려 하는 결점이 있고 비판을 받는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
다.

그것을 잘못된 자존심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애국심이 활활 타오르는 대한민국의 청년의 입장에서 지금까지의 일들을 회상해보면 상당히 열받습니다.

그당시 이런 저런일로 그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발등의 불에 급급해서 제대로 된 논쟁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내내 아쉬울 따름입니다.

마음같아선 이들에게도 우리가 겪었던 36년간의 고통의 역사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만은... 한편으론 
그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거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은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더이상의 메일은 오지도 않고 보내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의 말중에 자신은 지금 현재의 일본에 대해 아무런 애국심도 없거니와 지금의 일본의 모습은 우리나라보
다 못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그는 일본과 한국을 자신의 나라와 한국이 아닌 그저 제3의 국가를 보듯 단순비교를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것은 저는 세계속의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속의 한국인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에 있을때부터 이런류의 일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에 대해 조금씩 접근해오는 일본인은 우리들의 반일감정에 모두들 이런식으로 변
해버린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가 한국어를 배우려고 했던 것은 한국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기보다는 이러한 한국인에게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바로잡아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은 근본은 착하고 선하지만 우리의 머리속에 잠재해있는 (미친듯이 날뛰는 
감정)성향이 우리를 매우 잘못된 길로 인도해 가는 듯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절제된 감정을 가지고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한국인인 저 역시도 그리 보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가진 역사와 그에 대한 역사의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고의 발상입
니다만, 이들에게 그러한 부분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어느 일본인이 그러더군요. 자신들의 역사관은 감추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역사관은 끝까지 보여주고 전해
주려고 하는데에 그 차이가 있다고... 

그말에 같이 술을 마시고 있던 어떤 한국인이 돈을 꿔준 사람과 받을 사람과의 관계에 비유를 했습니다. 그 
비유가 그렇게 적절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서로간의 견해의 차이를 이야기하는데에는 어느정도 유사함
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그 말에 그 일본인은 뭔가를 느끼고 있었겠지만 다음과 같은 표현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될테니 오히려 
그런 비유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같으면 그런 논쟁이 나와서 내가 한마디 할수밖에 없었다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저의 인생을 되돌아 볼 때 잘못이나 죄를 저질렀을때 때로는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합리화하는게 오히려 앞으로 살아가는데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은 사사로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평생 반성하기보다는 대충 얼버무리고 합리화하여 바로 잊어버리
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물론 그들이 저지른 일은 그렇게 사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잘못을 그렇게 잊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않게 앞으로 나아가 왔고 앞으
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들은 우리를 어느정도 무시해주며 살아온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누군가에 의해 피해를 입고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 억울함을 어떻게든 풀어야 하는게 지극히 정상적
인 반응일겁니다.

게다가 상대가 미안해하기는 커녕 오히려 피해자들을 도발하는 행위(야스쿠니 신사 참배 같은 거겠지요)를 
자신들의 정치적인 용도로 서슴없이 행하는 모습을 볼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일겁니다. (아직도 중국과 한국쯤은... 이라고 생각되나 봅니다)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일본인이라면 대충은 짐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일본과 관계된 우리의 모든 일들을 일일이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일거다...라는게 저의 결론입니다.

무엇이 정답인지 아직도 확실히 답을 내린것은 아닙니다만 일본에서의 생활이 제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에 
그 부분을 그리 오래 붙들고 고민할수도 없었습니다.

아마 여타 일본에 사는 여러 한국분들도 마찬가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런식의 의문을 가지는 일본인을 만날때마다 하나 하나 이해시키려 노력하기보다는 차라리 그렇게 살짝 피
해가는게 나을지도 모르지요.

자꾸 일본인과 부딪히면 그들을 대하기가 너무나 힘들어지니까요. 아직도 일본어 공부를 더 해야하는데 말이
죠.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