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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긁적

전통

by 키운씨 2010. 1. 16.

맛있는 족발집이 있다.

족발맛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먼곳에서 찾아오는 곳이다.

한동안 쏠쏠한 재미를 보았던 사장님은 족발과 더불어 보쌈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똑같은 돼지고기이지만 제조 방법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사장님은 보쌈을 족발처럼 만들고 싶었다.

이름하야 족발쌈... 그래서 족발쌈을 만들수 있을만한 보쌈 요리사도 고용하였다.

사람들은 맛있는 족발의 맛을 기대하고 족발쌈이 개발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오랜기간이 지나서야 그 실체가 드러났다.

하지만 일부 보쌈의 깔끔함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기름진 족발쌈의 맛에 적잖이 실망하기 시작했다.

맛을 본 종업원들조차 담백하지 않은 족발쌈의 맛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장님은 바로 그것이 오늘의 족발집을 있게 한 전통적인 맛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사장님은 족발쌈을 팔아보려 하지만 생소한 맛에 손님들은 족발쌈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어중간한 맛때문에 족발도 아니요, 보쌈도 아닌것이 알쏭달쏭한 맛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근처의 화려한 광고로 눈길을 사로잡는 신생 보쌈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손님마저 생겼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러한 주위의 반응에 미동도 없이 꿋꿋히 자신의 소신대로 밀고 나갔다.

여전히 가게의 대표 메뉴는 족발쌈이 아닌 족발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쌈 요리사는 말리고 싶었다.

족발쌈은 족발도 아니요, 보쌈도 아닌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운이 좋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족발쌈의 참된 맛을 알아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이 없다면 그전에 보쌈 요리사는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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