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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긁적

회고

by 키운씨 2012. 12. 28.

예전에 일본가기전까지 작성했던 일기장의 내용을 일부 백업해왔다.
txt 파일로 존재하던거라 하마터면 지워질뻔도 했던 일기였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신입이었을때의 힘들었던 심경이 그대로 남아있다.
분명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져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때의 나를 돌아보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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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0 03:33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들...


- 벌써 5개가 되어버린 주마다 버리는 쓰레기 봉투들
- 그 봉투안에서 곰팡이 피어버린 쓰레기들
- 그제부터 놓여있어 음식찌꺼기가 말라붙은 싱크대안의 그릇과 접시들
- 먼지쌓여 발을 털어야만 하는 방바닥
- 그 방바닥에서 어지러이 제 자리 못찾는 옷가지들
- 그 옷가지들 틈을 따라 한쪽구석에 몰아놓은 소지품들
- 깨진안경대신 보름전부터 맞추려고 한 안경
- 매일 쌓여가는 일거리
- 그 일을 재촉하며 나를 괴롭히는 업체사람들
- 매일 계속되는 야근
- 야근하면서도 일을 다 마치지 못해 휴일도 편치 못한 이 마음
- 제때 가지못해서 겨울에나 사용해 볼 휴가일정
- 의무감을 가지고 두루두루 살피며 고민해야 할 여러가지 일들
- 점점 불확실해져 가기만하는 미래
- 그 미래 때문에 갈피를 못 잡는 내 마음
- 나라도 이해 못하겠는걸...


모두다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 모두다








2005.01.20 23:58      
휴우... 겨우 1년이 지났다. 
1년동안 이뤄온것이란 고작 거짓말하는 실력이라니... 쯥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한해였던거 같다. 
올해부터라도 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내가 가진 능력, 내가 가진 재능, 내가 이뤄온 것에 대한 자긍심만 가질 수 있다면 난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이젠 나를 스스로 낮추는 행위따위는 하지 않을거다.  








2005.01.24 21:40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 있지만 그것을 찾아내기는 힘들다. 
난 한동안 행복이 내 안에만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원했고 그래야만 내가 행복해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나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힘든 1년을 보내고 이젠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아... 이게 행복인건가? 
라는걸 느끼려는 찰라에 나는 내안의 행복이 아닌 행복속의 나를 발견하였다. 
아마도 어쩌면 조금씩 경직되던 마음이 풀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1년동안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끼기 힘들었는데 이제서야 희망을 찾아가는 기분이다. 
나에게 웃음지으며 손을 내미는 민정이를 보면서 가슴 한쪽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밝은 웃음과 티없이 맑은 눈망울은 어쩌면 진정 내가 그토록 원하던 행복의 한 조각이 아닌가 싶다. 








2005.01.26 22:14     
주저하거나 머뭇거릴거라면 시작도 하지 않는다.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을거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도 않을거다. 
누구의 말도 진리라고 생각지 않으며 누구의 충고도 절대적이라 믿지 않는다. 
단지 내가 올바른 길을 가는지 알 수 있다면 좋으련만. 


2005년 1월 26일 저녁시간에 문득...








2005.02.09 15:35
언제나 어떤 고민의 끝은 새로운 고민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인간은 원래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을 받는거라고 하지만 고민은 스스로 만드는 고통의 굴레가 아닌가...
스스로 만든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 따위는 그만둬야 하는데 말이다.
난 어쩌면 염세주의와 비관론에 빠져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만 반복할 따름이니 참 한심하다.
앞만보며 달리기만 하는 사람은 이렇게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무시하고 짓밟으려 하는데 왜 나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지 나 자신 조차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은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중에 나에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곧 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웹서버와 FTP서버도 곧 폐쇄될테고,
내 회사 메일계정도 곧 삭제될테고,
이곳에 내가 있었던 흔적 같은건 많은 부분이 사라질거다.
그것이 바로 끝이겠지.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것.








2005.03.14 06:34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들 ... 


예측할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 
현실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이는 우울한 생각들 
자신을 방어하기에만 급급한 의미없는 만남들 
말과 행동을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 
매일같은 야근과 밤샘에 바닥나는 체력 
누군가의 고통도 당연하게 여겨 버리는 무감각한 내 감정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서 오는 무력함으로 식어가는 열정 
최선을 다하고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탈함 
이제 다시는 시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나의 ...


지쳐가고 있다... 지쳐가고 있어... 
여행을 떠나자, 아주 멀리 멀리 
희망을 찾는다면 적어도 이곳은 아닐거야. 
훗날 이곳에 다시 돌아온다 해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나를 기대하며...  










2005.04.06 13:19
메일을 읽거나 쓸때마다 헤더를 분석한다. (직업병인게야)
시간이 많아져서 좋은점은 
그동안 미뤄왔던 일을 하나씩 마무리 하거나 해보고 싶던 일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기쁨일거다.
돈도 중요하고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무엇을 얻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2005.05.26 05:54       
내가 지금까지 잃은것 3가지가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보다 화려하게 채워질 수 있는 경력과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눈과 
열심히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젠 자신없어 하는 나를 방어하기 위해 상대방을 절대 믿지 못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의 벽을 만들어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2005.06.17 00:13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도 잘하던 자기 합리화도 소용없었다. 
누군가가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히게 될 때마다 언제나 나를 질책하는 또다른 내가 있다. 
바보같이 까맣게 잊고 살아간다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이제야 알았다. 
나의 이 여행은 이것 때문인데 
벌써부터 이 여행이 두렵다. 












2005.06.19 09:00       
목표가 없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른다. 
용기가 없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자문을 구한다. 
인내심이 없는 사람은 끊임없이 현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누구나 한번쯤 어떤일을 결정할때 이런 상황을 겪는다. 
왜냐면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고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목표가 있으면 남들의 말에 쉽게 동요되지 않는다. 
용기가 있으면 스스로 도전해서 얻는 경험에 큰 값어치를 둔다. 
인내심이 있는 사람은 현재 자신이 겪는 불합리도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겪어야 할 하나의 관문정도로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때는 눈빛을 빛내야 한다. 
어려운 자리라면 더더욱 "나는 진지하다"라고 상대방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2005.07.16 01:57       
공부를 하기전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돈을 벌기전에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결혼을 하기전에 왜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여행가기전에 왜 여행을 가려하는지 
... 
언제나 인생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가질 수 밖에 없는 이 의문들에서 
왜라는 질문에 대한 확실한 정답을 가질수만 있다면 
더이상 망설일 필요도 없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2005.08.16 00:38
현실에 안주하려하는 나의 모습이 싫었다.
뻔하디 뻔한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가며 사는게 싫었다.
그 당시 다니던 회사를 옮긴다 하더라도 역시나 같은 자리를 맴도는 꼴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본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정으로 나에게 주어졌던 과제들을 하나 하나 풀어가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항상 일을 그르칠때는 시작에서부터 망설여지던 때였다.
지금 나는 잘하고 있는건가?
이대로 괜찮은건가?
실제로 그 일이 올바르건 올바르지 않건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인생은 정답이 없고 모든건 마음 먹기 나름이니까.
이제는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게 점점 조심스러워지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망설여지는 시작은 절대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여기 일본에서의 삶은 여행과 같다.
그래서 아무런 짐도 지지 않고 어디에도 마음두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고 있다.
모든것을 놓아버린 자유로운 삶의 여유를 즐기면서 찬찬히 나를 돌아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좋다.
그렇지만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 오기전에 다짐한 것이 있다.


이곳에 오기전 어디선가 용기를 얻는 글을 읽었다
섣부른 결정에 훗날 후회할지도 모를까봐 걱정하고 망설이고 결국 포기하는 것은 가보지도 않은 길을 모두 알고 있는 양, 인생의 진리를 모두 깨우친 양 허세를 떠는 자위이며 자기 합리화이다.
보지도 않은 영화를 재미없을까봐 포기하고, 가보지도 않은 여행지에 볼게 없을까봐 안 가기로 하고, 저 요리가 맛이 없을까봐 안 먹고, 퇴짜맞을까봐 좋아한다는 말도 못 꺼내고... 사는 건 대체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경험하지 않은 사실로 답을 구하려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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