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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긁적

멜론 손질을 통해 내가 업무에 임해야 할 자세를 깨닫게 됨

by 키운씨 2015. 5. 24.


익히 알고 있는 멜론의 모습이다.

이 멜론은 다음과 같이 손질해야 예쁘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어제 어머니께 전달받은 멜론은 다음과 같은 멜론이다.



껍데기가 노란색인데 흡사 참외와 비슷한 외형을 갖추었기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참외깍듯 손질을 해버렸다.

참외를 깍게 되면 다음과 같이 껍데기를 벗기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멜론은 손질한 결과물이 다음과 같다.


절반은 집에 없는 식구들을 위해 랩을 씌워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그리고 시식을 해보는데... 다음과 같은 난관에 부딪혔다.


1. 멜론의 씨

멜론의 씨는 참외와 유사한 형태로 씨와 함께 풍부한 멜론의 과즙이 눈에 띄어 그냥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한수푼 정도를 입에 넣었는데 순간 나는 멜론씨는 참외씨처럼 쉽게 먹을 수 있는게 아님을 바로 알게 되었다.

씨앗의 크기가 너무 커서 그대로 목구멍으로 넘긴다나의 장기가 움직이면서 이 씨앗에 찔려 상채기가 날게 뻔히 보였다. (분명 이걸 먹으면 피똥을 보게 할거다 ㅡ,.ㅡ;)

입안에 머금은 상태로 즙은 마시고 씨앗을 빼내기가 참으로 고역이었다. ㄷㄷ

그래서 남은 씨앗은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에 버렸다.


2. 멜론의 껍데기

내가 예상했던 껍데기의 두께가 아니었다.

참외처럼 노란 껍데기만 벗겨내면 끝일 줄 알았는데 마지막으로 다듬어낸 멜론조각을 입에 머금으며 그 생각이 나의 착각임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껍질 까내는데 칼이 잘 안드는것처럼 손질이 힘들더니만 멜론의 껍질은 내 상상 이상의 두께였다.

그래서 조각을 먹으면서 약 5mm 정도 두께의 껍데기를 다시 입으로 잘라서 먹어야 했다.

못먹을건 아니지만 단단한 부분이라 멜론의 풍부한 맛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먹기가 힘들어서 제대로 멜론을 즐기려면 아깝더라도 껍데기를 약 7~8mm 정도로 여유있게 포(?)를 떠야한다. ㅋ



그리고 그렇게 멜론을 먹고나서 한가지 업무와 연관되어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며칠전 팀장님으로부터 한가지 과제를 받았다.

내가 회사로 복귀하게 되면 하고자 하는 향후 계획에 대해 상세한 항목 10가지 정도를 머리에 그려오라고 하셨다.

하지만 오더를 받으면서 생각한 것은 무엇을 위한 지시였을까? 였다.

향후 나의 거취에 대해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한 사전 조사이실까?

아니면 작년 한해동안 함께 일하시면서 발견하신 내 현재 업무에 대한 나의 무기력함 때문이실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나에 대해 잘 모르셔서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시기 위함인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그렇게 대화는 지시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멜론을 깍아서 먹으면서 왠지 그럴듯한 가설속에 매우 설득력 있는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

멜론깍이는 사실 보통의 주부들이라면 자주 겪게 되는 일상적인 업무중에 하나이다. ^^;

만일 나처럼 한번도 멜론을 깎아 본적이 없는 주부라면 명색이 주부라고 하더라도 처음 접하는 어정쩡한 과실을 어떻게 손질을 해야 좋을지 난감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전에도 종종 참외와 수박을 깍아 조각 형태로 보관하며 즐겨왔기에 당연히 멜론도 비슷한 형태로 가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과감히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위와 같다.

완전한 성공은 아니지만 멜론깍이라는 임무를 그나마 마쳤고 시식도 성공하였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견하게 된 두가지 체크포인트도 얻게 되었다.


우리는 보통 새로운 업무에 투입되면 그동안 자신이 익혀온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며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항상 모든일들이 100% 동일하지는 않으며 사전에 알지 못했던 risk 들이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는데에 방해를 하게 된다.

이번에 내가 깨닫지 못했던 risk 는 팀장님이 나의 능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과 현재까지 그나마 파악하신 나와 같은 노동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팀장님 스스로도 난감해 한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향후의 계획을 알려달라는 지시는 그에 대한 팀장님의 회심의(?) 방안이었던 셈이다. ^^;

어찌보면 나라고 하는 미지의 과일을 손질함에 있어서 "니가 생각해봐..." 라는 방식은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여러가지 정황상 모범답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질문속에서 "내가 만약 팀장이 된다면?" 이라는 가설로써 나 역시 팀장의 입장에서 팀원의 능력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재미나게도 지금까지 내가 팀원으로 살아남은 방법은 모든 부정적인 상황을 합리화해버리는 나의 자기 방어 시스템과 생존본능으로 치부되는 비굴한 아부근성이었다.

하지만 내가 반대 입장이 되서 그런 팀원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어쩌면 팀원의 자기 보호적인 행동패턴과 사고방식을 오해하게 될지 모르며 그로 인해 지금의 팀장님과 같이 그러한 팀원의 향후 거취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결국 결론은 지금의 나는 나만의 색깔이 없는 그런 존재였다. ㅡㅡ;

이번일로 나는 개성이 결여되어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나 수행하는 사소한 일개 부속품과 같은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비춰지고 있다고 여겨졌다.

사실 일부에 대해서는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이번에 그런 내 모습을 반성하고 있다. ^^;


하지만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지도자와 경영주의 사상을 자신에게 투영하라고 하는 것과 맞먹는 엄청난 부담스런 지시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에게 주어질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라는 것과 같으므로 자신에게 속한 팀원들을 각각의 보스로 만들어버리는 결과가 되며 그것은 추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만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공동의 동업형태로 일을 추진하게 된다면 그러한 접근법이 매우 이상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갑과 을의 관계로 맺어진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입장으로 볼때 제대로 적용하기가 힘든 부분들이 너무나 많은 이상적인 이론이다.


누구나 자신의 로드맵을 계획하는데에 있어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예 없으면 안되겠지만 되도록 최소한으로 받으면서 일을 해야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수가 있다.

멜론 깍아 먹으면서 참으로 요상하게 깨달음을 얻게 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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