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내가 알던 출가란
속세의 모든 인연과 번민을 뒤로하고 삭발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모든 것을 잊고 무념무상이 되는 과정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불현듯 과연 그게 맞나? 싶더라
나는 지금 속세에서 아둔한 중생으로 사람들과 시시비비를 따져가며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내가 그동안 열심히 지켜온 소중한 것들이 때가 묻고 상처가 나서 지울 수 없는 상흔을 지켜보며
모든 번민을 잊기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의 끝에 다다랐었다
그래서 스님들이 출가하여 오로지 자기자신에게만 집중하여 열반까지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스님들이 기거하시는 절에도 또다른 스님들이 계신다
스님들간에도 서로 원하는 것이 지극히 적더라도 스님들도 사람인 관계로 서로 아쉽고 서운함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쌓여 또다른 번뇌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라고 갑작스레 의문이 들었다
결국 사람이 문제인 것인데...
삭발하여 불교의 가르침에 들어서는 것만을 출가라고 생각하긴 어려운 것 같다
차라리 자연인이라는 티비쇼의 멘트처럼 가족과의 인연까지도 멀리하고 홀홀단신(孑孑單身)으로 산에 들어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출가의 이미지였던 것 같다
(그렇게 혼자 생존하며 체력을 강화하고 하도켄과 어류켄을 완성하면 어둠의 악마인 고우키가 될거다)
출가란 속세와의 물리적인 연결고리(dependency)를 끊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끊어냄으로써 completely stand-alone 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연결된 매트릭스 네트웍에서 하나의 공동체로 개성없이 지속되는 개체들의 무리와는 다르게
자의로 네트를 끊거나 연결하면서 집단 변이에 대항하는 소수의 개체들에게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다수를 움직이는 소수들이 그런 자유 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중반에 나에게 있었던 사건들중 하나의 교훈으로 남겨진 헤프닝이 있었다
나는 당시 비교적 비중있는 관계에게 자신과 주변인들의 잘못된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고
그것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줘야만 했던 일이었다
그 와중에 내가 소중히 지켜야했던 자존심에도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그렇게 하나의 인연을 아쉬움으로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상처들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으며 당시의 감정들이 되살아나 나를 집어 삼키려는 괴로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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